참회도의 철학: 정토진종과 타력철학의 길

난잔종교문화연구소연구총서 3

본서는 일본의 교토학파에 속하는 철학자 타나베 하지메(田辺元 1885-1962)의『懺悔道としての哲学』을 번역한 것이다. <참회도의 철학>이 세상에 나온 것은 전쟁이 끝난 다음 해인 1946년의 일이었다. 이 책은 2차대전 중 다나베가 체험하였던 한계 의식과 속죄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전시(戰時)라는 암울한 시대를 살았던 그는 철학자로서의 자신의 모든 사유와 행위가 철저하게 한계에 부딪치는 것을 체험하였고, 따라서 철학의 새로운 출발점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이는 단순한 지적 호기심에서 비롯되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 전체를 걸고 벌이는 용맹정진(勇猛精進)에 다름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사유와 행위가 그러한 한계 자체가 자신을 향하여 스스로 열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자각하였다. 참회는 그 한계가 다나베를 향해서 스스로의 문을 열어주는 것에 대한 이름이었다. 어느 의미에서 참회는 다나베가 붙들고 씨름하면서 뚫고 나가지 않으면 안되는 공안(公案)과도 같은 것이었다.자신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한계를 스스로의 힘으로는 벗어날 수 없다는 뼈저린 무력감의 자각은 다나베로 하여금 신란(親鸞1173-1263)의 <교행신증>(敎行信證)에 다가가도록 만들었으며, 이윽고 신란의 사상으로부터 배우면서 참회도를 천명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가 말하고 있는 그대로이다. “신란을 따라가면서 철학을 재건하는 것이야말로 내가 철학으로 재출발하는 길이었다.”

역자는 교토 학파의 창시자로 평가받는 니시다 기타로의 만년의 저작인 <장소적 논리와 종교적 세계관>(場所的論理と宗敎的世界觀)을 역시 <난잔종교문화연구소연구총서>의 제 1권으로 2013년에 정우서적에서 번역, 출판한 적이 있다. (제 2권은 난잔종교문화연구소의 심포지움의 기록을 책으로 펴낸 <기독교와 불교, 서로에게 배우다>였다.) 이번에 3번째의 책으로 동연출판사에서 <참회도로서의 철학>이 출판됨으로써 교토 학파의 중요한 두 사상가의 저서가 한국에 소개되게 되었다. 역자의 역량 부족으로 말미암아 오독(誤讀)을 불러오는 경우가 없지 않을 것이므로 앞으로 고쳐 나가야 할 여지가 많음은 부끄러운 일이라 하겠으나, 형식적으로나마 교토 학파를 대표하는 두 철학자의 저서가 한국에 소개될 수 있게 된 것을 번역자로서 기쁘게 생각하는 바이다. 이 부족한 번역을 통해서 한일간의 학문적이고 종교적인 교류를 위해서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면 하는 것이 역자의 과욕이라면 과욕이라고 하겠으나, 모자라는 실력에 이 책을 번역하기로 했던 의도가 거기에 있음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독자 여러분의 질정(叱正)과 성원을 부탁드리는 바이다. (<역자 해설및 후기>에서)

본서의 제 1장과 역자해설은 이곳에서 다운로드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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